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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일상 - Diary

11/7 월 -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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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기를 쓴다라고 하면 하루가 끝날 때 쓰는 일기를 생각할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매일 자기 전 일기장을 펼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편견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보고 새롭게 깨달은 점은
타이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여는 일기를 쓴다는 것이다.

"뭐...? 일기를 아침에 쓴다고...? 뭔 할 말이 있다고...?"

그러나 타이탄들이 한다고 하니...
나도 한 번 따라해봤다.

이게 웬걸...?
눈 뜨자마자 할 말이 엄청 많았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
자면서 문뜩문뜩 꾸었던 단편소설 같은 짧은 꿈,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
수영하면서 느낀 감정과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
출근하면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나의 생각 등등

벌써 아무것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앉아서 할 얘기가 무지하게 많았다.

말로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줘야 하는데,
눈 뜨자마자 풀 곳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블로그에, 일기장에 쓰나 보다.

그래서 근래 계속 아침에 일기를 쓰게 되었지만,
막상 쓰려고 하다 보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일정들이 간혹 생기곤 한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막상 생각해보니,
일기는 대충 그냥 아무 때나 쓰면 되는 것이었다.

언제 쓰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하루에 일기를 쓰냐 / 안 쓰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꾸준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장소/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자 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자기 전, 일과를 마치고 일기를 쓸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보통의 일기(?)처럼 자기 전에 일기를 쓰게 되었다.

이것도 하루 안 쓰다 보면 순식간에 관성이 붙어서 일기 쓰기가 귀찮고 싫어진다.
그래서 오늘 미팅을 끝내고도, 밍기적 거리다가 노트북을 그냥 꺼버렸다.
누워서 웹툰이나 봐야지 하고 누우려던 찰나에... 일기가 생각이 났다.

오늘 안 쓰면 또 안 쓰겠지...?
하루에 한 번 글 대충 쓰는 것인데... 
하루에 5분, 아니 1분, 아니 대충 30초라도 몇 글자 적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나는 컴퓨터를 켰다.
앉았다. 그리고 쓰고 있다.
일기를.

막상 자리 잡고 앉아서 일기를 쓰려니 할 말이 정말 많다.
아니 많다고 보다는 많아졌다.

나는 말을 계속해서 해야 하는 사람인가 보다.

글을 억지로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글을 쓰려고 앉으면 억지로 써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참 아이러니하다.
글을 쓰고 싶은데 쓰기 싫은,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왜 이렇게 뭘 하기 싫은지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자리 잡으면 또 열심히 한다.

역시...
'시작이 반'이라는 옛 선조들의 지혜는 역시... 엄지 척이다.

아~
대충 1분 만에 쓰려고 했던 일기가 어느새 10분을 넘어섰고,
4 줄 컷 하려고 했던 일기가 어느새 스크롤이 쭉쭉 내려가고 있다.

역시....
글은 쓰면 쓸수록 느는가 보다.

나도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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