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독서모임은 재미있는 규칙이 있다.
1.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한 후, 사람들을 모은다.
2. 사람들이 모이면 일정을 잡는다.
3. 일정이 잡히면 책을 열심히 읽는다.
4. 책에 대한 발제를 준비한다. (여러 가지 질문들)
5. 만난다.
6. 책에 대한 소감과 발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7. 사진을 찍는다.
8. 간식비를 지원받아 간식을 사 먹는다.
9. 발제 및 내용을 네이버 밴드에 정리해서 올린다.
10.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후기를 올린다.
끝.
쉬워 보이지만 처음 가입한 사람이 주도해서 하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수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책이 있다면 참석을 하기만 한다. 내가 모임을 주관해서 이끌어 나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내가 주최할 수 있는 종류의 모임이 딱 한 가지 있다.
자유 주제로 원하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토론하고, 자기개발을 하고, 글을 쓰는 벙개를 여는 것.
우리 동호회 모임장이 이런 작은 모임들까지도 간식비를 지원해준다 하여 활용을 잘할 예정이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어제 벙개를 열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몇 명의 사람들이 나와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벙개
처음에는 서로 가볍게 인사 정도만 하고 다들 자리 잡고 앉아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였다.
엄청나게 두꺼운 투자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고,
인생에서 꼭 가고 싶다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취미로 책을 보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2층에 자리 잡고 있던 우리들의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고개를 들었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1층으로 가서 간식을 주문하였다.
잠깐 휴식을 가질 겸, 간식을 같이 나눠먹을 겸 해서 테이블을 하나로 합쳤다.
이디야 디저트 추천 메뉴 중 하나인 갈릭치즈 허니버터브래드와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티라미슈까지.
달달한 디저트와 약간의 쌉싸름한 커피가 잘 어우러졌다.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예전에 자기가 했던 부업에 대해서 얘기하는가 하면,
현재 취업시장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이야기하는 친구,
월급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자의 생각과 고민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사람의 성격, 성향, 취향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자신의 회사를 좋아하지만, 하는 일 자체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된 경우도 있었고,
연락을 잘하지 않는 친구에게 서운했던 경험,
카톡을 안읽씹 했을 때 느꼈던 순간의 감정들,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연애를 할 때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대방을 골라야 할지,
결혼을 하기 전에 동거를 해보는 것은 어떨지.
처음 만났던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놀라웠다.
솔직히 오래 만났던 친구라도 가끔씩은 할 말이 없을 때가 많은데, 처음 만난 사람을 얼마나 안다고 나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었는지 참 놀라웠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했지만, 그들의 태도와 마인드에 놀라기도 하였다.
서로가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부분.
그런 부분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적절한 거리두기'
생각보다 나의 할 일에 집중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즐거웠던 독서 및 자기개발 벙개는 끝이 났다.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다시 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또 만나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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